콜센터 7개월의 기록: 감정 컨트롤과 생존의 기술
목차
1. 겨울철 보일러 고장과 고객 응대의 시작
오늘은 내가 7개월 동안 콜센터에서 일하면서 겪은 감정 컨트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겨울철 보일러 고장은 고객들을 정말 급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경우, 고장 나기 전에 증상이 있었음에도 귀찮아서 방치하다가 갑자기 찬물이 나오거나 난방이 안 되면 그제서야 전화를 한다. 한파가 오면 고객센터 대기 시간도 길어져서 고객들의 불만이 더 커진다.
다양한 고객 유형과의 만남
상담시에 정말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만나게 된다. 겨울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전화가 왜 이렇게 연결이 안 되냐”는 것이다. 특히 연세 있으신 분들은 보일러 고장 얘기는 뒷전이고 연결 안 된 불만만 2-3분 넘게 토로하시곤 한다. “내 번호 뜨죠? 이리로 전화하세요. 전화비 많이 나와요”라고 하시는 분, 기사 방문이 당일 불가하다고 하면 소리 지르는 분, 사정을 구구절절 설명하시는 분, 보일러를 부숴버리겠다고 위협하는 분, 소비자원에 신고하겠다는 분, 말꼬리 잡고 계속 늘어지는 분들까지… 정말 다양하다.
2. 콜센터 업무의 현실과 적응 과정
주소를 기입할 때도 애를 먹는다. 사투리가 심하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 나이 많으신 분들이 도로명 주소와 지번을 섞어 말씀하시면 조회가 안 돼서 다시 확인하다 보면 화를 내시기도 한다. 그래, 겨울철 단기 콜센터 상담사는 이런 걸 다 버텨내라고 뽑은 거겠지.하고 깨닫는다.
스크립트와의 씨름
전산을 사용하면서 정해진 응대 스크립트(멘트)를 따라야 하는데, 이게 또 문제다. 고객이 언제 전화했는지 알 수 있는데도 “처음 전화하셨습니까?”라고 물어봐야 해서 실랑이가 벌어질 때도 있다. “조금 전에 통화했다고요. 거기서 확인 안 돼요?”라며 화내는 분들 때문에 나중엔 말을 조금 바꿔서 진행하곤 했다.
콜센터 7개월의 기록:예상치 못한 퇴직금과 잊지 못할 경험들 EP1.
3. 적응과 극복의 시간
글을 쓰다 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다. 어떻게 일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이 과정을 일주일 정도 버텨보면 개인차는 있지만 할 만해진다. 일단 퇴근하면 업무 스트레스는 없어지니까 그나마 편하다.
동료와 관리자의 지지
고객센터 경험후기 블로그들을 보면 고객센터 업무가 힘든 부분만 많이 나와 있는데, 막상 겪어보니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좋은 사람도 있고 피곤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긴 하다. 그리고 관리자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힘든 전화를 받고 나서 관리자가 “힘들었을 텐데 고생하셨어요“라는 쪽지를 받으면 그래도 다시 힘내서 일할 수 있다. 내가 속한 팀장이나 파트장이 어떻게 대해주느냐에 따라 그 팀의 신입 상담사의 근무 기간도 달라지는 것 같다.
4. 콜센터 상담사의 생존 전략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
퇴근하면 업무 생각을 되도록 하지 말자.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가 있으면 좋다. 술을 자주 마시는 건 권하지 않는다. 건강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 응대 전략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내가 도와드린다고 생각하고 접근하자. 이해시키려고 하면 본인 위주의 말씀을 자꾸 하시기 때문에 니즈가 뭔지 파악해서 빠르게 답변 드리면 좋아하신다. 이런 접근 방식으로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 초기엔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민원성 고객이면 스크립트를 지키려 하는것보다, 우선 니즈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화되자마자 전화 안 된다고 화내시는 분들에게는 “고객님, 대기가 길어서 번거로우셨는데 우선 안 되는 부분부터 빨리 말씀해 주시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 화내다가 증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대체로 통화가 좋게 끝나곤 했다.
자기 관리와 마인드셋
내 자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지”라고 생각이 들면 버티기 힘들다. 차라리 이번달 월급으로 뭘 할지 좋은 일을 자꾸 생각하자.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다.
관리자와의 관계
관리자와의 유대관계는 아마도 가장 큰 부분일 수도 있다. 민원으로 통화가 길어지거나 참기 힘든 모욕(예: “이해 안 되세요?”)을 받았을 때, 관리자가 조용히 듣고 “너무 고생했다” 또는 “잠시 같이 나가요”라고 하면서 나를 이해해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관리자를 만나면 정말 큰 힘이 된다. 관리자는 통화녹취와 모니터링이 가능해서 센스 있는 관리자는 조용히 녹취를 하거나 모니터링을 한다.
이렇게 7개월간의 콜센터 경험을 돌아보니, 힘들었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 고객 응대 능력, 스트레스 관리 기술,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었지만, 이 경험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콜센터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발전시키고 사람들 특히 연세 있으신분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콜센터 상담사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리의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